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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공포]잃어버린 길의 소녀

by sweetdreams200 2024. 9. 27.

잃어버린 길의 소녀

가을이 깊어지던 어느 날, 주인공 은수는 대학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산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고등학교 동창인 영준, 민희, 그리고 재호와 함께한 이 여행은 무척 기대되었다. 서울의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힐링을 하려던 그들. 한적한 산속의 작은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공기가 맑아 기분이 좋았다.

 

도착 첫날 저녁, 친구들은 각자 짐을 정리하고 쉬면서 다음날 하이킹 계획을 세웠다. 근처에 유명한 산책로가 있었기 때문에, 산속에서 하이킹을 하며 사진도 찍고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날 밤, 마을 주민들이 하이킹 코스를 안내해 주며, 한 가지 주의를 줬다.

 

"숲 속에는 작은 길들이 많아. 정해진 산책로 외에는 절대 가지 말도록 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길을 잃기가 쉽거든."

 

모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마을 주민들이 해주는 흔한 주의 사항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산책로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거라 여겼다.

 

숲속에서의 첫날

 

다음 날 아침, 은수와 친구들은 밝은 햇살 아래 하이킹을 시작했다. 산책로는 생각보다 잘 정비되어 있었고, 길도 넓고 쉬워서 모두들 즐겁게 산을 올랐다. 맑은 공기와 함께 산의 경치를 즐기며 이들은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며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갑자기 민희가 제안했다.

 

"우리, 조금 더 안쪽으로 가볼까? 지도에는 안 나와 있지만, 좀 더 모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주저하던 영준과 재호도 호기심에 이끌려 동의했고, 결국 은수도 마지못해 따라가기로 했다. 그들은 정해진 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되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숲

 

처음엔 웃고 떠들며 걸어가던 그들이었지만, 숲이 깊어질수록 길은 점점 더 좁아졌고, 주변은 어두워졌다. 나무가 빽빽해지면서 햇빛은 거의 들지 않았고, 숲속의 공기는 점점 차가워졌다.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재호가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 좀 이상하지 않아? 아까까진 밝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어두워졌어."

 

은수는 불안한 느낌에 동의했다.

 

"우리... 다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길을 잘못 든 것 같아."

 

그러나 문제는 이미 그들이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돌아가려 했지만, 이들이 지나온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나무와 풀이 빽빽해서 처음 왔던 방향이 어디인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민희는 불안해하며 스마트폰 지도를 확인하려 했지만, 산속 깊숙한 곳이라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큰일이네... 신호가 없어서 지도를 쓸 수가 없어."

모두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각자 방향을 추측하며 나아가려 했지만, 그럴수록 길은 점점 더 험해졌다.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어 옷이 찢기고, 가파른 언덕이 나타나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소녀의 등장

어둠이 깊어질수록 그들의 공포도 커져갔다. 길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점점 지치고 불안해진 그때, 민희가 갑자기 소리쳤다.

 

"저기! 저기 사람 있어!"

모두가 민희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분명히 한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흰 옷을 입고 있었고, 길게 땋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나무 사이에서 그 소녀는 조용히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말없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 있었다.

 

은수가 소녀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저기, 길을 잃었는데... 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아세요?"

 

소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묘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차갑고도 슬픈 느낌을 주었다. 그 순간 영준이 속삭였다.

"이거... 이상해. 저 소녀, 좀 무서워."

 

민희는 불안한 듯 물었다.

"혹시, 여기 사는 아이일까? 왜 아무 말도 안 하지?"

 

하지만 소녀는 그저 그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소녀가 천천히 뒤돌아 숲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나가는 길은 낯선 길이었고, 마치 그 길을 따라가면 무언가 답이 있을 것 같았다. 재호는 그 소녀를 따라가자고 제안했다.

"저 아이를 따라가면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다들 어쩔 수 없이 그 말에 동의했고, 소녀가 간 방향으로 따라가기로 했다. 소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천천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은 계속 그녀를 따라갔다. 숲속에서 가끔씩 소녀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일 뿐, 멀리서 흐릿하게 보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끝없는 미로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분명히 같은 곳을 계속해서 돌고 있었다. 소녀를 따라가던 길은 끝이 없는 미로처럼 이어졌다. 나무와 바위들이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보였고, 이들은 점점 더 지쳐갔다. 더 이상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수록 길은 더 깊어졌다.

은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외쳤다.

 

"우리, 그만 두자! 저 아이를 따라가면 안 될 것 같아!"

그러나 그들이 멈추자마자, 소녀는 그 자리에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이번에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 표정이 기이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갑고 슬퍼 보였던 미소가, 이젠 섬뜩하고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가 그들을 똑바로 응시했다.

 

민희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소리쳤다.

 

"도망가자! 여긴 이상해!"

 

모두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지만, 소녀는 이미 그들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졌다. 소녀는 그들을 한참 바라보더니, 갑자기 희미하게 사라져 버렸다. 마치 안개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탈출과 진실

 

소녀가 사라진 후, 숲속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들은 숨을 고르며 다시 길을 찾기 시작했다. 소녀가 사라진 후로 길은 이상하게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펜션이 있는 방향이 보였고, 이들은 급히 그쪽으로 향했다.

 

한참을 헤맨 끝에 드디어 그들은 숲을 빠져나와 펜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모두가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펜션에 도착했을 때, 은수는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그제야 신호가 잡혔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숲속에서 보낸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단순히 몇 시간이 아니라, 거의 하루 종일 숲속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은 마을 주민에게 자신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주민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오래전 이곳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소녀는 몇 년 전, 이 숲에서 실종된 마을 아이였다. 산책로를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간 아이는 며칠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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