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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공포]“달집 뒤편 그 여인”

by sweetdreams200 2025. 6. 1.

 

 

 

 

 

 

정월대보름, 소녀가 사라진 들판에서 벌어진 일

“그 해 달은 유난히 붉었고, 불은 오래 타올랐지.

그 불길 너머로... 웃는 소녀가 보였단다.”


 

강원도 깊은 산속, 작은 마을의 전통

강원도 산줄기 깊숙이 들어선 작은 마을.
이 마을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 하나 있었다.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한 해의 액운을 불에 태워 날리고,
가족의 건강과 마을의 평안을 비는 의식이었다.

어린아이들은 복주머니를 달고 뛰어다녔고,
어르신들은 고사상에 절을 올리며
풍년과 평안을 기원했다.

그리고 모두가 하나 되어
들판 한가운데 세운 커다란 달집 앞에 모였다.
그건 축제이자, 일종의 신성한 의식 같았다.


 소녀 미영, 소원을 품다

이 마을에 살던 미영이는 열여섯.
또래보다 조용했고, 항상 검은 머리를 단정히 묶고 다녔다.
책 읽는 걸 좋아하던 아이였고, 마을 어르신들에게도 예쁜 손녀 같은 존재였다.

그해에도 미영이는 달집 앞에 소원지를 붙였다.

“달처럼 밝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두가 나를 좋아해주는 그런 사람.”

그 글을 읽은 마을 사람들은
미영이 참 예쁘게 자랐다고 칭찬했지만,
소녀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외로움이 늘 함께하고 있었다.


 보름날 밤, 바람과 함께 사라진 소녀

달이 떠오르고, 달집에 불이 붙은 순간
들판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었고,
젊은이들은 소원을 외쳤다.

그때, 미영이가 혼잣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금방 다녀올게요. 볼일 좀 보고 올게요.”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뒤로 아무도 미영이를 다시 보지 못했다.


 다음 날, 잿더미와 타지 않은 소원지

마을 사람들은 새벽까지 들판과 숲을 뒤졌다.
하지만 흔적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이상했던 건,
다 타버린 달집의 잿더미 속에서
미영이의 소원지만 유독 깨끗하게 남아 있었다는 것.

달처럼 밝고 싶다던 그 소원은
불에 타지도 않고
그대로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고,
미영의 부모는 눈물도 말라버린 얼굴로
집을 떠났다.


 그리고 1년 후, 붉은 달의 재림

그해 이후, 달집 행사는 잠시 중단되었지만
1년이 지나 다시 정월대보름이 찾아왔다.
불안한 예감 속에, 마을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달집을 세웠다.

불이 붙은 밤,
하늘엔 이상하게 붉고 커다란 달이 떠올랐다.
그리고 달집이 활활 타오르던 바로 그때—
누군가 불 뒤편에 서 있었다.

흰 저고리, 검은 치마, 흐트러진 머리.
그 실루엣은 분명 미영이었다.

한 어르신이 소리쳤다.
“미영아!”

그 순간—
그림자는 서서히 잿더미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졌다.


 마을 기록에 남은 마지막 흔적

그날 이후, 마을은 다시는
달집태우기를 하지 않았다.

기록을 뒤지면
30년 전에도 비슷한 실종이 있었다.
달집을 치우던 중, 어린 소년이 사라졌다는 이야기.
그때도, 불 뒤에 서 있던 하얀 옷의 사람을 본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말한다.
“달이 너무 둥근 해엔, 달집이 누군가를 데려간다.”

 

 

 

 

 

 


소녀의 소원은 이루어진 걸까?

그 이후로, 달이 밝은 밤이면
들판을 지나는 이들은 말한다.

“불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누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혹시, 미영의 소원은
정말 이루어진 걸까?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던 소녀.
그녀는 지금도
달처럼 저 하늘 어딘가에서
우리 모두를 지켜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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